탐구보고서, 몇 장을 써야 적당할까

“탐구보고서 몇 장 써야 돼요?”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대개 이런 소문이 돌죠. “다섯 장은 넘겨야 성의 있어 보인대.”

그래서 어떻게 되냐면, 할 말은 두 장인데 다섯 장을 채우려고 서론을 늘리고 인터넷 설명을 옮겨 붙입니다. 늘어난 세 장이 오히려 보고서를 약하게 만듭니다.

장수는 기준이 아닙니다

탐구보고서는 분량으로 평가받는 문서가 아닙니다. 먼저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학교나 과목마다 양식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A4 한 장이라고 못 박는 곳도 있고, 자유롭게 두는 곳도 있어요. 그러니 선생님이 제시한 양식이 있으면 그게 1순위입니다.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양식이 자유로울 때의 기준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보고서를 그대로 옮겨 적는 게 아닙니다. 기재 권한은 교사에게 있습니다. 선생님은 보고서 전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학생이 무엇을 했는지를 봅니다. 그러니 분량으로 승부할 자리가 아니에요.

분량과 무관하게 들어갈 다섯 칸

분량과 상관없이 탐구보고서에 들어가야 할 다섯 칸

한 장이든 열 장이든, 이 다섯 개가 있으면 보고서가 서고 없으면 무너집니다.

  1. 왜 이걸 궁금해했나 — 계기 한두 문장. 수업 중 어떤 문장에서 걸렸는지
  2. 어떻게 확인했나 — 무엇을 읽고, 재고, 계산했는지. 방법입니다
  3. 무엇이 나왔나 — 결과. 표나 숫자면 더 좋습니다
  4. 어디까지가 한계인가 — 표본이 작았다, 조건이 하나뿐이었다 같은 것
  5. 그래서 다음에 뭘 해보고 싶나 — 남은 질문 하나

탐구보고서를 쓸 때 이 다섯 칸을 소제목으로 먼저 박아 놓으면 훨씬 수월합니다. 빈칸이 보이니까요. 이 다섯을 각각 한 단락씩만 써도 A4 한 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한 장이 앞뒤 없이 부풀린 다섯 장보다 낫습니다.

감이 안 잡히면 이런 모양을 떠올려 보세요. 형식을 보여주려고 만든 가상의 예시입니다.

  • 왜 — 발효 단원에서 온도가 높을수록 반응이 빠르다는 문장을 보고, 정말 계속 빨라지는지 궁금했다
  • 어떻게 — 같은 반죽을 세 가지 온도에 두고 30분마다 높이를 쟀다
  • 무엇이 — 중간 온도에서 가장 빨리 부풀었고, 가장 높은 온도에서는 오히려 느렸다
  • 한계 — 온도를 세 가지만 썼고 한 번씩만 실험했다
  • 다음 — 느려지기 시작하는 온도가 어디인지 구간을 좁혀 보고 싶다

다섯 줄뿐인데 이 학생이 무엇을 궁금해했고 어디까지 갔는지가 다 보입니다. 여기에 측정값 표 하나만 붙이면 그대로 한 장짜리 보고서가 됩니다.

특히 4번을 빼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계를 적으면 감점될까 봐요. 반대입니다. 한계를 아는 사람만 한계를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4번이 있는 보고서는 읽는 순간 구분이 됩니다.

늘리는 방법과 채우는 방법

분량을 늘리는 방식과 밀도를 높이는 방식의 차이

분량이 부족할 때 흔히 쓰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절반은 역효과입니다.

늘리는 방법 (권하지 않음)채우는 방법 (권함)
개념 설명을 길게 옮겨 적기조건을 바꿔 한 번 더 해보기
서론에서 배경을 장황하게결과를 표로 정리하기
기사 여러 개를 나열하기기사 두 개가 어긋나는 지점 찾기
결론을 여러 번 반복하기반대 가능성을 한 문단 쓰기

오른쪽 칸은 전부 직접 한 일이 늘어나는 방식입니다. 왼쪽은 글자 수만 늘어나고요.

특히 “조건을 바꿔 한 번 더”가 좋습니다. 설문을 한 반에서만 했다면 다른 반에서 한 번 더, 실험을 한 온도에서 했다면 다른 온도에서 한 번 더. 결과가 같아도 다뤄도 되고 달라도 다룰 게 생깁니다. 양쪽 다 쓸 거리가 나옵니다.

표를 넣을 수 있으면 넣으세요. 같은 내용을 줄글로 풀면 길어지기만 하는데, 표로 정리하면 읽는 사람이 한눈에 봅니다. 글자 수는 줄어도 전달되는 양은 늘어납니다.

길어져도 되는 경우

물론 길어야 하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간단합니다. 뺐을 때 아쉬운 내용이 남아 있는가.

직접 모은 데이터가 많거나, 비교한 대상이 여럿이거나, 과정을 여러 번 고쳤다면 자연히 길어집니다. 그건 부풀린 게 아니라 실제로 한 일이 많은 겁니다.

다만 길어질수록 앞의 다섯 칸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열 장짜리 보고서에서 “그래서 한계가 뭐였지”를 찾는 데 오래 걸린다면, 길이가 내용을 덮은 상태입니다. 길게 쓸수록 소제목을 또렷하게 달아두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다 쓰고 나서 읽어봤는데 “이 문단 없어도 되겠는데” 싶은 게 세 개 이상이면, 그건 길이가 아니라 덜어낼 신호입니다. 쓴 사람이 제일 잘 압니다.

쓰기 전에 하면 좋은 것

보고서를 쓰기 전에 앞의 다섯 칸을 한 줄씩 먼저 적어보세요. 다섯 줄이 안 채워지면 아직 쓸 때가 아닙니다.

2번(어떻게 확인했나)이 비어 있으면 탐구를 더 해야 하는 거고, 1번(왜 궁금했나)이 비어 있으면 주제가 아직 남의 것인 겁니다. 주제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순서는 탐구주제 3단계에 있습니다.

숫자를 다룬 탐구라면 계산을 어디까지 할지가 또 고민인데, 그 선은 수치 탐구 기준에 적어두었습니다. 논문을 인용할 생각이라면 논문 인용 편도 같이 보세요.

세 문장으로 답할 수 있으면

분량 질문의 진짜 속뜻은 대개 이겁니다. “얼마나 해야 충분히 한 걸로 보일까요?”

그런데 읽는 사람은 장수를 세지 않습니다. 이 학생이 스스로 한 일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가를 봅니다. 그게 두 장에 다 들어가면 두 장이 정답이에요.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보고서를 덮고 나서 누가 “그래서 뭘 알아냈어?”라고 물었을 때 세 문장으로 답할 수 있으면 충분한 보고서입니다. 답이 안 나오면 장수를 늘릴 게 아니라 탐구를 더 해야 하는 상태고요.

그 세 문장을 기록으로 옮기는 방법은 배운 것 중심 기록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Ethan

진로·진학 분야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며 상담과 컨설팅 일을 해왔습니다. 모든 글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계열별 최신 연구를 근거로 씁니다. 아이가 스스로 찾아보고,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