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단백질 설계, 성공률 19%의 진짜 의미

몇 년 사이 생명과학에서 벌어진 변화 중 가장 큰 것 하나를 꼽으라면 이겁니다. 단백질을 ‘읽는’ 단계에서 ‘만드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것.

예전에는 자연에 있는 단백질의 구조를 알아내는 게 목표였습니다. 지금은 자연에 없던 단백질을 목적에 맞게 컴퓨터로 그리고, 실험실에서 실제로 합성해 작동을 확인합니다. 2024년 노벨화학상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설계 연구에 주어지면서 이 분야의 위치도 공인됐습니다.

그런데 AI 단백질 설계 기사를 읽을 때 꼭 붙잡아야 할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19%라는 숫자

대표적인 설계 도구의 실험 성공률이 19%로 보고됐습니다. 다섯 개 설계하면 하나쯤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낮아 보이시나요. 그런데 같은 논문에 이런 말도 함께 있습니다. 기존 물리 기반 방식보다 약 100배 향상됐다고요. 역산하면 예전 방식의 성공률은 약 0.19%였습니다. 500개 만들어서 하나 될까 말까였던 겁니다.

그러니 19%는 낮은 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올라간 숫자입니다. 여기까지가 보통 기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조건을 빼면 과장이 됩니다

원 논문의 조건은 이렇습니다. 표적 5종, 표적당 100개 미만의 설계.

표적이 다섯 개뿐이었고, 표적마다 시험한 설계가 100개가 안 됩니다. 전체 시험 개수가 수백 개 수준입니다. 이 규모에서 나온 비율입니다.

여기서 통계의 기본 하나가 걸립니다. 표본이 작으면 비율이 크게 흔들립니다. 100개 중 19개가 성공하면 19%지만, 그중 몇 개만 결과가 달라져도 비율은 쉽게 15%나 23%로 움직입니다. 표본이 10,000개일 때와는 안정성이 다릅니다.

같은 현상을 두고 기관마다 숫자가 갈리는 일이 있듯, 여기서도 조건을 빼고 “성공률 19%”만 말하면 과장이 됩니다.

단백질 설계 원 논문과 후속 재현 연구의 표본 크기 비교

다른 팀이 해봤더니

2025년에 독립 연구팀이 같은 도구로 재현을 시도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표적 6종에 대해 5개씩, 총 30개를 설계해 시험했는데 실용 수준에 도달한 것은 0개였습니다. 부분 성공이 2개, 나머지는 발현 실패이거나 엉뚱한 곳에 결합했습니다.

19%와 0%. 같은 도구인데 결과가 이렇게 벌어졌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프리프린트, 즉 동료 심사를 거치기 전 단계의 공개본입니다. 원 논문은 심사를 통과해 학술지에 실렸고 반박 쪽은 아직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 차이를 빼고 “재현 안 됐다”고만 말하면 그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원 논문후속 재현 연구
시험한 설계 수표적 5종 × 100개 미만표적 6종 × 5개 = 30개
실용 수준 성공19%0개
심사 단계학술지 게재프리프린트

양쪽 다 표본이 작습니다. 반박 쪽이 더 작고요. 그러니 지금 정확한 상태는 “AI 단백질 설계는 실패했다”도 아니고 “성공률 19%다”도 아닙니다. 조건이 갖춰진 환경에서는 작동했고, 다른 팀이 다른 조건에서 해봤을 때는 잘 안 됐다. 아직 양쪽 다 표본이 작다. 이게 지금 말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왜 다 해볼 수는 없는가

이 분야를 이해하려면 숫자 하나를 더 봐야 합니다.

아미노산은 20종류입니다. 이걸로 길이 100짜리 사슬을 만든다면 경우의 수는 20의 100제곱입니다. 상용로그로 자릿수를 구하면 100 × 1.301 = 130.1, 그러니까 약 10의 130제곱 가지입니다.

참고로 관측 가능한 우주의 원자 수가 약 10의 80제곱 개입니다. 10의 50제곱 배 차이입니다.

그래서 “다 만들어보고 되는 걸 고른다”는 방법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계산으로 후보를 좁히는 일이 필수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실패의 종류입니다. 설계가 틀려서가 아니라, 세포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목표가 아닌 곳에 붙거나 쓸 만한 세기가 아닌 경우입니다. “결합한다”와 “쓸 수 있다”는 다릅니다.

단백질 설계가 여는 진로

이 소재가 좋은 이유는 계산과 실험이 분리되지 않는 분야라는 점입니다. 어느 한쪽만 잘해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 생명과학·분자생물학 — 발현·정제·결합 실험. 설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쪽
  • 바이오인포매틱스·컴퓨터공학 — 구조 예측 모델, 후보 탐색 알고리즘
  • 화학·화학공학 — 단백질 접힘과 결합의 화학적 조건
  • 제약·신약개발 — 항체 설계, 표적 치료제
  • 생명윤리·규제 — 자연에 없던 단백질을 다루는 기준

고등학교 과목으로는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 화학 반응의 세계, 인공지능 기초가 직접 연결됩니다. 로그 계산이 들어가니 대수도 함께 쓰이고요. 과목 선택이 고민이라면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 고르는 법을 함께 보세요.

이 소재에서 나오는 탐구 거리

고등학생이라면

  • 20의 100제곱의 자릿수를 로그로 직접 구해보고 우주의 원자 수와 비교하기
  • 원 논문과 후속 연구의 시험 개수를 같은 표에 놓고 어느 쪽 표본이 더 작은지 확인하기
  • 구조를 예측하는 것과 기능을 설계하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
  • 설계한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는 실패는 어느 단계에서 생기는가
  • 자연에 없던 단백질을 만드는 일에 필요한 안전 기준은 무엇인가

두 번째가 이 소재의 핵심 활동입니다. 계산은 나눗셈 몇 번이면 끝나는데, 거기서 나오는 결론이 “어느 쪽이 맞다”가 아니라 “둘 다 표본이 작다”라는 것을 스스로 알아내는 경험이 남습니다. 자기만의 변수를 넣는 탐구는 대개 이런 지점에서 나옵니다.

중학생이라면

  • 레고 블록 20종류로 100칸짜리 모양을 만든다면 몇 가지가 나올지 어림해보기
  • 단백질이 몸에서 하는 일 세 가지를 찾아 그림으로 정리하기
  • 종이나 블록으로 접힘 구조를 만들고 같은 재료로 다른 모양이 몇 개 나오는지 세기
  • 컴퓨터로 실험을 설계하는 직업 조사하기

관심 분야를 넓히는 활동으로도 괜찮습니다.


19%가 대단한 숫자인지 아닌지는, 그 뒤에 붙은 조건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단백질 설계는 지금 그 조건을 하나씩 넓혀가는 중이고, 그 과정 자체가 이 분야의 일입니다.

Ethan

진로·진학 분야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며 상담과 컨설팅 일을 해왔습니다. 모든 글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계열별 최신 연구를 근거로 씁니다. 아이가 스스로 찾아보고,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