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산성, 같은 보고서에서 두 개의 제목이 나온 이유

같은 보고서를 다룬 기사 두 건의 제목이 정반대로 갈린 일이 있습니다. 한쪽은 AI 도입으로 생산성과 경쟁력이 올랐다고 썼고, 다른 쪽은 AI 생산성 개선은 아직이라고 썼습니다.

같은 날 나왔고, 둘 다 보고서에 있는 내용을 옮겼습니다.

거짓을 쓴 쪽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읽는 사람이 받는 인상은 정반대가 됩니다. 어디서 갈렸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몇 퍼센트가 AI를 쓰고 있을까

AI 도입률이 조사와 산업에 따라 크게 갈리는 정도

먼저 간단해 보이는 질문부터. 우리나라 기업 중 몇 퍼센트가 AI를 쓸까요.

한 통계는 6.4%라고 답합니다(2023년 기준, 2018년 2.8%에서 늘어난 값). 다른 통계는 28%라고 답합니다(2022년 기준).

둘 다 국가가 승인한 공식 통계입니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는데 약 4.4배 차이가 납니다.

물어야 할 건 “누가 맞나”가 아니라 “무엇이 달랐나”입니다. 조사 대상과 묻는 방식이 다르면 결과가 같기를 기대하는 편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무엇을 AI라고 부르기로 했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세는 일 자체가 시작되지 않아요. 번역 기능을 업무에 쓰는 것, 재고량을 예측하는 프로그램, 외부 서비스를 구독만 한 것. 이 중 몇 개가 ‘도입’인지는 답이 갈립니다. 경계를 넓게 잡으면 숫자가 커지고 좁게 잡으면 작아집니다.

같은 조사 안에서도 벌어집니다

조사가 달라서 벌어진다면, 같은 조사 안에서는 어떨까요.

산업도입률
정보통신업약 26%
금융·보험업15.7%
교육 서비스업15.5%
제조업약 4%
전체 평균6.4%

정보통신과 제조 사이가 약 6.5배입니다. 하나의 조사, 하나의 정의, 같은 시점인데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전체 평균 6.4%는 어느 산업도 대표하지 않습니다. 26%인 곳과 4%인 곳을 섞은 값일 뿐이에요. 평균이 분포를 가리는 문제는 프랜차이즈 평균 매출 편에서 다룬 것과 같습니다.

묻는 방법을 바꿨더니

28%를 낸 조사에는 흥미로운 이력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해당 기술을 쓰는지 예·아니오로 물었습니다. 그러다 여러 유형 중에서 고르게 바꾸고, 응답자가 이해하고 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설명과 사례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조사 대상과 표본 수는 그대로 두고 묻는 방법만 바꾼 겁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귀사는 인공지능을 이용합니까”라고만 물으면 자기가 쓰는 프로그램이 AI인지 몰라 아니라고 답할 수 있어요. 예시를 보여주면 “아, 그것도 AI였구나” 하고 답이 바뀝니다. 그러니 숫자가 커진 게 반드시 현실이 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그럼 통계는 못 믿나” 싶어질 수 있는데, 반대입니다. 이 개편은 발표문에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믿을 수 있는 통계를 가르는 건 숫자가 안 흔들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방법이 공개돼 있는가입니다.

결론이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보고서를 다룬 두 보도의 표제 비교

이제 처음의 두 제목으로 갑니다.

그 보고서는 기업 자료 7년치를 이어 붙여 분석했습니다. 결론은 이랬습니다. 매출과 부가가치에서는 AI를 도입한 기업이 더 높았고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생산성 지표에서는 긍정적인 흐름이 관찰되기는 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결론이 하나가 아니었던 겁니다. 한 보도는 앞부분(흐름은 있다)을, 다른 보도는 뒷부분(유의하지는 않다)을 표제로 올렸습니다.

갈린 지점은 ‘관찰됐다’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사이입니다. 앞은 눈에 보이는 방향이 있다는 뜻이고, 뒤는 그 방향이 우연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뜻이에요. 요약할 때 이 둘이 자주 한 덩어리가 됩니다.

그래서 꼭 기억할 게 하나 있습니다. “유의하지 않다”는 “효과가 없다”와 다릅니다. ‘이 자료만으로는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구분이 인용되는 사이에 가장 먼저 사라집니다.

누구의 잘못이냐고 묻기도 어렵습니다. 제목은 한 줄인데 결론은 두 부분이었으니까요. 한 줄에 둘 다 담을 수 없으면 고르게 되고, 고르는 순간 인상이 결정됩니다.

제목은 7.6%, 본문은 7.8%

같은 사안에서 더 뚜렷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 통신사 기사는 제목에 부가가치가 7.6% 올랐다고 적었는데, 같은 기사 본문에는 약 7.8%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 기사 안에서 두 숫자가 다릅니다. 그리고 이 기사를 받아 실은 여러 매체에서도 같은 불일치가 그대로 나타납니다.

어느 쪽이 보고서의 값인지는 원문을 열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기사를 여러 개 비교하면 진실에 가까워질 것 같지만, 하나의 원본에서 퍼진 기사들은 오류까지 함께 복제합니다. 다섯 개가 같은 숫자를 말한다고 그 숫자가 맞는 건 아니에요. 확인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원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

읽는 쪽에 남은 일

AI 생산성 향상이 거짓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출과 부가가치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어요.

다만 하나의 숫자로 요약될 수 있는 종류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AI 생산성 기사를 만나면 네 가지만 찾아보세요. 누가 냈나, 누구를 대상으로 했나, 무엇을 생산성으로 정의했나, 얼마나 오래 봤나.

경영·경제 쪽을 생각한다면 이 소재는 탐구로도 좋습니다. 관심 주제의 통계 두 개를 골라 조사 대상·표본·묻는 방식·시점 네 줄만 채운 대조표를 만들어 보세요. 계산이 하나도 없지만 그 표 자체가 결과물이 됩니다. 숫자를 옮겨 적은 게 아니라 숫자가 만들어진 조건을 정리한 것이니까요. 주제를 좁히는 순서는 탐구주제 3단계에, 계산의 선은 수치 탐구 기준에 있습니다.

발표된 숫자와 몸으로 느끼는 것이 어긋나는 일도 자주 생기는데, 그 간극 자체가 다룰 만한 주제라는 건 체감 물가 편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정직한 사람들만 있어도 두 개의 제목은 나옵니다. 그래서 읽는 쪽에도 할 일이 남습니다.

Ethan

진로·진학 분야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며 상담과 컨설팅 일을 해왔습니다. 모든 글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계열별 최신 연구를 근거로 씁니다. 아이가 스스로 찾아보고,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