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물질 220만 개, 실제로 만들어진 건 몇 개일까

“AI가 새로운 물질 220만 개를 발견했다.”

몇 해 전 이 발표가 나왔을 때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알아낸 안정한 물질이 4만 개 남짓인데, 한 번에 그 오십 배가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이 숫자를 제대로 읽으려면 뒤에 붙은 말을 봐야 합니다. AI 신물질 220만 개는 예측 기준이고, 실험으로 실제 만들어진 것은 736개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두 가지가 같은 시기에 발표됐습니다.

하나는 계산으로 결정 구조를 예측하는 모델입니다. 원자를 어떻게 배열하면 안정한 구조가 되는지를 대규모로 계산해, 220만 개를 찾아냈고 그중 38만 개를 안정하다고 분류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로봇이 스스로 실험하는 자율 실험실입니다. 사람이 일일이 시약을 섞지 않아도 목표 물질을 합성해 봅니다. 17일 동안 목표 58개 중 41개를 만들어냈습니다.

예측하는 쪽과 만들어보는 쪽이 나란히 나온 셈입니다. “설계에서 합성까지 사람 손을 덜 거친다”는 그림이 처음 완성됐습니다.

AI 신물질 이야기가 화제가 된 건 이 두 가지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예측만 있었다면 계산 논문 하나로 지나갔을 텐데, 로봇이 실제로 만들어냈다는 결과가 같이 나오니 “이제 물질 개발이 달라지겠다”는 기대가 붙은 거죠.

예측한 220만 개와 실험으로 확인된 736개의 비율 비교

분모를 바꾸면 숫자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계산이 하나 나옵니다. 나눗셈 한 번이면 됩니다.

독립 연구에서 실험으로 확인된 것은 736개였습니다. 이걸 무엇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인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분모계산결과
예측 전체 220만 개736 ÷ 2,200,0000.033%
안정하다고 분류한 38만 개736 ÷ 380,0000.19%
자율 실험실 목표 58개41 ÷ 5870.7%

세 값 모두 같은 사건에서 나왔는데 0.03%부터 70%까지 벌어집니다. 위 비율은 발표된 원 수치를 제가 직접 나눠 본 값입니다.

AI 신물질 관련 기사를 볼 때 이 표를 떠올리면 편합니다. 틀린 계산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각각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을 뿐이에요. 첫 번째는 “예측 중 검증된 비율”, 세 번째는 “시도한 것 중 성공한 비율”입니다. 기사가 어느 쪽을 골라 쓰느냐에 따라 같은 연구가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같은 736개를 성과로 읽는 관점과 한계로 읽는 관점의 비교

같은 숫자를 두 방향으로 읽는 법

736이라는 숫자를 두고 학계에서도 읽는 방향이 갈렸습니다.

성과로 읽는 쪽 — 예측 적중률이 예전 방식의 1% 수준에서 80% 이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실험이 예측을 못 따라가는 건 화학 실험이 원래 느리기 때문이지, 모델이 틀려서가 아닙니다.

한계로 읽는 쪽 — 예측된 것 상당수가 기존 구조에서 원소만 바꾼 변형이거나, 화학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조성이라는 지적이 뒤이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물질”이라는 말의 기준부터 다시 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이 하나 있습니다. 모델이 예측한 건 열역학적 안정성입니다. 그 구조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계산이에요. 반면 실제로 합성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어떤 순서로, 어떤 온도에서, 어떤 반응 경로를 거쳐야 하는지는 모델 안에 없습니다.

화학·재료 지망생이 볼 지점

이 소재가 좋은 건 계산과 실험이 갈라지는 자리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계산이 대체하는 영역과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이 뚜렷합니다. 후보를 좁히는 일은 계산이 훨씬 빠르지만, 그 후보가 실제로 손에 잡히는 물질이 되는지는 실험실에서만 알 수 있습니다. 진로를 고민할 때 이 구분이 그대로 갈림길이 됩니다.

듣고 있는 과목에서 출발하면 이렇게 갈라집니다.

  • 화학 쪽 — 열역학적 안정성과 합성 가능성은 무엇이 다른가
  • 데이터 쪽 — 예측 적중률 80%는 무엇을 맞힌 비율인가
  • 사회 쪽 — “새로운 물질”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세 번째가 의외로 깊습니다. 기존 물질에 원소 하나를 바꾼 것을 새것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는 정답이 없거든요. 답이 없는 질문이라 오히려 자기 글이 나옵니다. 주제를 좁히는 순서는 탐구주제 3단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여기에 붙어야 할 말

발표문에 이런 표현이 있었습니다. “220만 개는 인류의 800년치 지식에 해당한다.”

솔깃하죠. 그런데 이 말이 성립하려면 인류가 1년에 2,750개씩 발견해 왔어야 합니다. 발표 전까지 알려진 안정 물질이 4만 1천 개 정도였으니 계산이 잘 맞지 않습니다.

여기서 조심할 게 있습니다. “그러니까 거짓말이다”로 가면 안 됩니다. 발표 측이 분모를 공개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검증할 수 없다는 게 정확한 상태예요. 틀렸다고 말할 근거도 없습니다.

“검증할 수 없게 제시된 숫자”와 “틀린 숫자”는 다릅니다. 이 구분을 할 줄 아는 게 이 소재에서 배울 가장 큰 것입니다.

계산을 어디까지 직접 해도 되는지는 수치 탐구의 기준에 적어두었고, 같은 함정이 생명과학 쪽에도 있다는 건 단백질 설계 편에서 다뤘습니다.

숫자가 클수록 분모를 먼저 찾는 습관. 그거 하나면 기사 절반은 다르게 읽힙니다.

Ethan

진로·진학 분야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며 상담과 컨설팅 일을 해왔습니다. 모든 글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계열별 최신 연구를 근거로 씁니다. 아이가 스스로 찾아보고,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